Killer Crossover

wooss2oov.egloos.com

포토로그



아스날 VS 바르샤 관전평. 공놀이

3시 45분에 축구를 하니 이걸 밤새고 보는 게 옳은 일이냐고 물으면 무조건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음 날 후유증이 정말 어마어마하죠. 그래도 아스날과 바르샤라면 그 상식을 뛰어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만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그 기대감에 낚였구요.
경기 자체는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화려했으며 감동적인 경기였습니다. 짧게 관전평을 올립니다.

- 초반부터 불을 뿜은 바르샤였습니다. 부츠, 메시, 즐라탄, 즐라탄, 사비 로 이어지는 5번의 슈팅은 전부 골망을 흔들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알무니아가 어제 약먹은 세이브를 보였네요. 알무니아 인생에 가장 빛났던 20분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원톱에 벤트너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아스날은 눈물을 흘리기 충분했습니다. 페르시 복귀 이야기가 나왔는데 역시 몸 상태가 말이 아닌 듯 하네요. 여기에 아스날은 아르샤빈과 갈라스를 차례로 잃습니다. 교체 카드 2장을 잃은 아스날에게 알무니아를 제외하고는 호재가 없습니다.

- 쓰나미같은 공격이 의외로 막히자 사비는 좀 더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 속도를 조절합니다. 아스날은 1선이 2선에 거의 붙어서 압박을 하는데도 바르샤 중원에서의 패스와 개인 능력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3선도 올려놓은 상태라 뒷공간이 많이 났습니다. 의외였던 것은 메시가 뒷공간을 활용하기 보다는 중원에서 사비와 롤을 나눈 것처럼 플레이 했다는 것이겠죠. 이건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 나스리의 슈팅이 나오면서 전반 아스날이 우위를 보이는 7분 정도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벤트너의 오프사이드를 제외하고는 결정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바르샤의 3선은 널찍히 뒤쪽에서 수비를 하는데 워낙 유기적인 압박과 자리싸움을 해주니 알베스가 미친 듯 뛰어나가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클래스의 차이가 느껴지는 경기력입니다. 그래도 알무니아의 선방에 힘입어 소강상태를 유지한 끝에 0-0으로 전반 종료.

- 후반 시작하자마자 말씀드렸던 뒷공간 창출로 즐라탄이 득점에 성공합니다. 전반에 많은 기회를 날려서 역시 큰게임에 약한가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득점은 개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습니다. 이어 나올 두번째 골도 비슷한 형식(메시를 훼이크로 쓰고 즐라탄이 뒷공간 파고들 때 사비의 로빙패스)으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바르샤도 바르샤지만 그렇게 밀리는 와중에도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는 벵거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지 싶습니다.

- 세스크는 사비와의 중간 싸움에서 밀렸다고 봅니다만 단순 비교를 할 수가 없는게 너무 외로운 싸움을 벌였습니다. 디아비는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고 좋은 모습을 보이던 송은 갈라스의 부상으로 센터백을 봐야했죠. 세스크가 한 번의 패스를 하려면 키핑으로 세 명 정도는 달고 해야 했습니다. 부상 때문인지 폼도 그렇게 좋지 못했구요. 

- 나스리와 클리쉬 라인은 독야청청했습니다만 아르샤빈 부상 이후 오른쪽은 무너졌습니다. 세스크도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벤트너가 전반에 돌파했던 장면이 가장 좋은 장면일 정도로 오른쪽 날개가 너무 못하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오른쪽에 영웅이 등장합니다.

- 월콧은 축구선수가 아니고 '말' 입니다.(ㅋㅋ) 뛸 때 발굽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사실 득점 장면은 발데스가 막아줘야하지 않았나 싶은데 훨씬 전에 벤트너의 헤딩은 막을 수 없었어야 하는 것을 슈퍼 세이브 했기에 등가 교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두번째 실점인데요.

- 개인적으로 세스크의 PK득점은 홈어드밴티지가 작렬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파울은 불어도 안불어도 그만인 수준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레드 카드는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경기 막판 아스날의 투혼이 워낙 눈부셨기에 저도 거너스가 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심판도 사람이려니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 마지막 5분은 바르샤가 '대충 무승부로 끝내자' 라는 식의 플레이를 보였습니다. 특히 이 시점에도 사비는 후덜덜. 아스날은 마지막 힘을 내보려고 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다리를 절며 뛰고 있는 캡틴의 모습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습니다. 좀 찡하더군요. 결국 2-2로 경기가 마무리 됩니다.

- 바르샤는 예상했던 아름다운 축구를 보였지만 아스날은 그들의 축구를 크게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승리 자체가 기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레벨의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중요한 것이기에 아스날의 투혼이 희망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

- 메시는 위엄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후반에는 좀 귀찮아하는 듯한 느낌(?). 컨디션 안좋은게 확연히 보이는데도 이 정도면 답이 없는게 맞네요. 그래도 90분동안 메시가 볼을 빼앗긴 건 한 번 본 것 같습니다. 공이 가면 뭔가 그림이 나올 것 같은 아우라가 있더군요. 우리나라는 이제 죽었습니다.

- 중간에 앙리가 들어갑니다. 모두가 기립을 하구요. 경기 끝나고 박수 쳐 주는 앙리 모습도 멋있네요. 역사적인 장면.

- 전체적인 비유를 하자면 테크닉이 화려하고 스펙도 아주 좋은 남자 둘이 쌈질을 하는데 막상 싸워보니 한쪽이 압도적입니다. 근데 불리한 남자의 여친이 눈물의 응원을 하니 악으로 깡으로 깨물고 할퀴면서 쓰러지질 않습니다. 그러자 쌈 잘하는 놈이 "지독한 놈 오늘은 그냥 가는데 담엔 죽는다~" 이러면서 싸움을 끝내구요. 남은 남자는 패배하진 않았지만 피투성이로 실신을....
대충 이런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아스날의 피지컬함' 이라는 참신한 요소를 볼 수 있었고 그것을 이끌어 낸 '바르샤의 힘' 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은 경기였습니다.

- 세스크도 골절이 의심될 정도라고 하니 2차전은 아스날에게 정말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바르샤를 보아하니 이 팀이 진다는 것이 크게 상상이 안되는 수준이기는 하네요. 실제로 올해 두 번 정도 졌던 것으로 아는데 그것도 신기할 따름이네요.  

덧글

  • Lucypel 2010/04/01 14:40 # 답글

    아스날에 부상 선수가 좀 더 적었더라면, 훨씬 더 할 만했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딱 아스날 선수들로 5년만 더 축구 같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축구를 바르샤가 하기는 했지만요. (...)
  • 우쓰우쓰 2010/04/05 11:40 #

    아스날은 진짜 왜 그렇게 다들 잘 드러눕는지 모르겠네요. 스쿼드의 깊이를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반페르시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 ROKZealoT 2010/04/01 16:21 # 답글

    거너빠라서 그래도 혹시를 외쳤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흡사 반코트 경기를 보는것 같더군요...
    보면서 몇번이나 '디아비 개XX야 아오'를 외쳤으나 거너스빠의 말도안되는 욕심이겠죠.

    에효.. 챔스고 리그고 다 빨간불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 우쓰우쓰 2010/04/05 11:41 #

    디아비 개XX는 저는 차마 안썼던 단어입니다만, 거너빠의 멘트이기 때문에 가치있다고 여기겠습니다. 정말 못하더군요;;ㅠ
  • ViceRoy 2010/04/01 18:47 # 답글

    밸리에서 왔습니다.
    한순간이나마 설레발쳤던 구너로서는 아쉽습니다. 2차전은 서로 차포떼고 도그파이트하는 상황이 벌어지겠군요^^)
  • 우쓰우쓰 2010/04/05 11:42 #

    2차전은 개싸움이 되겠지만 타격은 거너쪽이겠죠. 원정이기도하고ㅠ 1차전같은 정신력이 나올 지 모르겠습니다.
  • twiq 2010/04/01 18:53 # 삭제 답글

    바르샤의 완성도 있는 축구와 더불어 끝까지 물고늘어진 아스날의 집념이 보인 경기.
    제 감상과 매우 흡사한 글인지라 덧글 남기고갑니다 ㅎㅎ
  • 우쓰우쓰 2010/04/05 11:42 #

    감사합니다. 이게 한줄요약이 되시는군요 부럽;;ㅠ
  • 레인스멜 2010/04/01 21:43 # 답글

    바르샤와 아스날은 비겼고

    알무니아는 다쳤고

    세스크도 다쳤고

    맨유는 졌네요 풉
  • 우쓰우쓰 2010/04/05 11:42 #

    오오 촌철살인이다..풉이라니.ㅋㅋㅋ
  • GrayFlower 2010/04/01 23:56 # 답글

    어떤 글에서 이번 시즌 바르샤를 비판하는 내용을 봤는데(너무 상대방 뒷편을 노리는 패스만 슝슝 해대는 바르샤의 플레이가 진정 아름다운가 하는 내용이었죠) 어제의 바르샤는 그러한 이견을 잠재울만한 경기력을 보여주더군요. 중립팬으로서 멋진 경기였습니다.^^
  • 우쓰우쓰 2010/04/05 11:43 #

    중립팬에겐 더할 나위없는 경기였죠. 바르샤 축구가 얄밉긴합니다. 워낙 개인기량들이 좋아서ㅠ
  • Hadrianius 2010/04/02 19:18 # 답글

    결론은 첼시가 리그우승...?
  • 우쓰우쓰 2010/04/05 11:43 #

    조..좋은 결론이다. 안첼로티가 짱이구만.ㅠ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