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er Crossover

wooss2oov.egloos.com

포토로그



[스타]이영호. 텨블넥X지

며칠 전 친구들과 술자리를 했는데 일찍 온 세명이 공교롭게도 한 때 스타에 미쳤던 인간들이었다. (물론 본인 포함) 그들 중 모두가 전사하고 남아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나였으나 나조차도 이번 시즌은 스덕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편식적인 시청, 그래 택뱅리쌍 아니면 선수도 아니지, 을 하고 있었던 터라 스타 얘기가 나와도 할 말이 별반 없기는 매한가지 였다.

하지만 그 중 하나가 떡밥을 던졌다.

"요새 스타 보냐? 나 요즘 이영호 때문에 스타 다시본다."
"이영호?! 나 한창 김정우 뜬다고 할 때 까지는 본 거 같은데 요새 이영호 잘해?"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영호 잘한다는 말로 수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이런 시대에 레벨이 다른 플레이를 한다고."






단점을 지적하거나 못하는 걸 까기는 쉬워도 장점을 짚어주거나 잘하는 걸 설명하기는 왠지 쉽지 않은 이 바닥. 특히나 요새 마냥 다 잘해서 얘도 쟤도 걔도 잘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잘하는 데 너무 잘하기 때문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영호는 테란전에서 22연승을 달리고 있다. 저그전은 21승을 하는 동안 3번을 졌는데 김명운, 김윤환을 상대로 다전제의 한세트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유일한 오점이라곤 고석현에게 당한 프로리그 패배일 것이다. 실은 최연성을 뛰어 넘는 '압도적인 무언가' 를 가진 게이머를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마재윤이 등장했을 때도 작년에 이제동이 그 위세를 떨칠 때도 나는 조금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건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인정하기 싫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데 최근 이영호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프로리그의 이성은 전은 참 신비한 경기다.

이성은은 탱크 한 기 헌납, 레이스 두 기 자원 낭비 외에는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는 어떤 플레이도 하지 않았는데, 경기는 아주 스무스하게 이영호 쪽으로 넘어가서 너울너울 흘러가서 그렇게 반전이 없이 끝나버렸다. 프로의 레벨에서 저 정도의 낭비만으로 완패를 한다는 것은 확실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뭘 해야 하나 하늘을 보고 곱씹을 일이다. 이제는 누구도 '이영호도 같은 테란일 뿐' 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이 친구의 최대 강점을 나는 '판단력' 이라고 본다. 경기내적인 유불리를 판단하는 눈은 김택용을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이영호는 판단의 속도가 김택용에게 육박하며 판단 이후에 내리는 결정은 김택용에 앞선다. 그 결정이 너무도 얄밉고 단단하고 완벽해서 상대는 유불리를 판단하기도 전에 경기가 꼬여버린다. 그리고 초조해지고 이영호라는 이름이 그를 짓누른다. 정작 이영호는 머리 속이 단순한데 상대가 생각이 많아진다. 이래가지고서야 다전제는 커녕 단판도 이기기 힘들다. 김택용이 경기를 빠르게 판단한 나머지 한량 모드로 일관하다가 패배한 많은 경기들을 이영호의 VOD에서는 볼 수가 없다. 테란의 성격을 최적화된 공식으로 규정한 것이 최연성이라면 그 공식을 최단 시간에 최다 갯수를 계산해내는 슈퍼컴퓨터가 이영호다. 

임이최마가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본좌가 되었다면 이영호는 패러다임의 문제를 넘어 차원의 문제다. 차원이 다른 게임을 해내고 있다. 적어도 테란전 저그전에서 만큼은 그렇다. 프로토스와 테란의 싸움에서 테란이 힘겨운 시대에 저그가 토스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점은 이영호에게 호재이다. 허나 그런 호재 역시 시대를 얻는 자가 누리는 작은 운, 특권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을 근간으로 이영호가 정말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 수 있는가 이다.

몇 달 전 이제동을 잡고자 혈안이 되었던 저그는 결국 이제동에 근접하는데 성공했고 택뱅은 내가 잡겠다며 달려들었던 토스들은 어느정도 그들을 끌어내리는 미션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테란의 차례가 온 것은 맞는데 지금까지의 어떤 격차보다도 커다란 느낌이다. 이영호는 이 고비를 넘어 마지막 정점을 찍을 수 있을까. 이제동이든 송병구든 김택용이든 아니면 가까운 미래의 도재욱이든, 뭐 갑툭튀할 다른 누군가든 간에, 이 92년생 어린 호랑이의 앞길을 제대로 틀어막을 누군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테징징이란 단어는 결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시대에 누군가가 독주할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핑백

  • Fallen Seraphim's Heaven on Earth : [e-Sports] EVER SL 2009 Final: 이영호 vs 진영화 2010-01-17 22:23:13 #

    ... 의, GO 출신의 프로토스. 眞 로열로더, 진영화의 분위기는 절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최종병기로 진화해낸 어린 호랑이의 기량은 만만한 수준, 그 이상이었다. 우쓰우쓰님의 말처럼 그동안 만들어진 모든 승리 방정식을 포함한 이영호의 머리에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최적의 답을 찾을 줄 알았고, 그 답을 실행할 손도 있었다. 개인적 ... more

덧글

  • 에라이 2010/01/06 16:45 # 답글

    심지어 이제는 프로토스마저 깨부술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이성은 테란전 정말 잘하는데 그 22연승 사이에 너무 져서 테란전 자신감 잃을까 걱정되네요. 4패인가 그런데 그 경기 다 봤는데 이성은은 못한 게 없는데 그냥 이영호라, 그 이유 말고는 질 이유가 없더군요

    솔까말 지금 테란 완전 망하는 시기에 이런 괴물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그런거 있잖아요. 아예 유전자부터 다른 느낌??
  • 우쓰우쓰 2010/01/07 09:39 #

    이성은 선수 마인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지만 레벨의 차이를 느끼지 않았나 싶네요.

    정말 좋은 표현인데요 '유전자부터 다르다' , 정말 딱 그 정도의 느낌입니다.
  • Hadrianius 2010/01/06 18:15 # 답글

    거기에 송병구마저 운영으로 훅 갔죠... 다음팟 봤는데 저건 뭐.
  • 우쓰우쓰 2010/01/07 09:38 #

    FD이후 정석 타이밍 러쉬였는데
    1. 절대타이밍
    2. 위치운
    3. 정찰
    4. 우회로선택
    5. 컨트롤

    이 모든 것에서 이영호가 약간 앞섰던 경기. 따라서 운영으로 훅갔다고 봐도 무방하지, 근데 한끗차이였다고 봅니다.
  • ROKZealoT 2010/01/06 19:02 # 답글

    코부커가 하지 못한 일을 꼼딩은 과연 할수 있을까요? 물론 동네북은 해내고도 그놈의 마빡이들때문에..
    이영호선수 연습리플레이 보면은 '이선수가 토스상대로 왜질까'라는 생각마저 들고, 방송경기에서도 한 끗 차이로 지는 모습만 보아왔습니다.(도재욱전 제외) 이런 선수가 본좌론이라는 시덥잖은 허울따위로 괜히 훼손만 당할까 심히 걱정됩니다. '한 줄 댓글로 내 노력을 폄하하지 말라'라는 인터뷰까지 할정도면, 말 다했죠.(부모님까지 언급한 키워는 대체 누군지......)

    ps)송병구선수는 괜히 김캐리만 각성시켜놓고 뽕뽑기에 휩쓸려갔네요. 그노무 뒷길이 웬수...라기 보다는 이영한선수가 굉장히 잘해주었습니다. 악질뱅빠는 다음리그를 기약해야겠습니다.
  • 우쓰우쓰 2010/01/07 09:44 #

    동네북은 정벅과 팬덤부족으로...ㅠㅜ 마빡이들은 임이최에 마를 끼우며 절대본좌 마본좌를 만들었지만 정작 테란의 계보처럼 저그의 계보를 만들 아량이 부족했으니, 게다가 정벅과 꼼이 당시 이제동을 브레이크하며 이런 분위기를 심화시켜주었죠.

    이영호는 KT 팬덤은 괜찮은데다가 테란, 특히 최연성 이후 사장되었던 테란본좌의 계보를 이을 적자이므로 본인의 커리어 달성여부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능성은 매우 높아보이는데 요새는 한방에 훅가는게 대세라 또 모르긴 하죠.

    저도 MSL은 리쌍록, 온겜은 꼼뱅록을 보고 팠으나 말씀하신대로 그노무 뒷길이 웬수...라기 보다는 이영한 선수가 굉장히 잘해주었네요. 그래도 병구는 쉽게 무너질 놈이 아닙니다. 화이팅하시길~
  • 찌질이 2010/01/06 20:51 # 답글

    굉장힌 포스를 보여주긴하지만 결과물은 항상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 마재윤처럼 1년내내 결승에 진출하고 약 2년만에 4회 우승을 달성하는 이제동 같은건 지켜봐야 알듯 합니다. 물론 요즘 강하긴 무지 강합니다. 특히나 토스가 저그한테 다 컷팅 당하는 시대라 지금이 이영호 에게는 커리어 쌓기에 최고의 시기인듯 합니다.

  • 우쓰우쓰 2010/01/07 09:45 #

    정확히 집어주셨죠. 봐야되요.ㅎㅎ 그런데 MSL에서 도재욱에게 혹여나 훅가게 되면 이런 글을 쓸 기회도 없을까봐 선수를 쳤습니다. 이영호의 그릇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는데 과연 다른 선수들이 이 친구의 독주를 내버려 둘 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 화성거주민 2010/01/06 22:09 # 답글

    최연성의 몰락 이후 다시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압도적인 존재감의 테란 유저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위너스 리그가 멀지 않았네요.. 왠지 기대되는 위너스 리그입니다.
  • 우쓰우쓰 2010/01/07 09:47 #

    저도 위너스리그 엄청 기대중입니다. 사실 '최연성 포스의 팔할을 키운 건 팀리그다' 라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기에 승자연전방식 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더불어 택뱅리도 기대되구요.
  • 수액 2010/01/08 10:19 # 답글

    헐 어제 도재도 그냥 잡아 버렸네요. 도재욱 표정이 "내가 테란에 물량으로 밀렸어" 완전 이 표정.
    영호 요새 대단합니다. 이런 존재감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관건일텐데 요새 팀도 잘나가고 예전처럼 가장 노릇안해도 되고 하니 정말 대단하네요. 개인적으로 본좌론을 싫어해서 차세대 본좌로 넣기는 싫어요 =)
  • 우쓰우쓰 2010/01/08 11:05 #

    3-0은 정말 예상 못했습니다. 2경기 그거 보고 실망했다, 재미없었다, 이영호가 쫄았다, 뭐 이런 말도 많이 나온 걸로 아는데 솔직히 지루했지만 끝나고나니 무섭더군요...

    저도 솔직히 본좌론은 이제동이 개박살낸 지 오래라고 생각합니다. 최연성이 본좌의 계보에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죠. 마재윤의 팬덤이 이제동을 핍박하는 한 본좌론은 허울일 뿐입니다만 이영호라면 최강테란의 라인을 타고 본좌의 칭호를 얻을 수도 있겠죠. 뭐 선수들이야 그런거 생각안하겠지만요^^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