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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의 4연패를 바라보며. 텨블넥X지




WCG 우승자는 이제동이었으나 내 눈에는 송병구가 보였었다. 훌쩍 빠져 버린 살과 광안리에서 생수를 들이 붓던 민망한 몸을 그리도 멋지게 바꾼 것도 그러하거니와, 아기자기 하면서도 자신있게 운영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뱅은 원래 아이디어가 좋고 경기내에서 유연성이 있는 친구다. '심리적' 인 문제 때문에 간혹 아주 중요한 순간에서의 답답함이 이미지로 남아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러하다. 여기에 자신감이 붙으니 경기 내용이 멋있어졌고 독기를 품으니 유닛의 움직임에 날이 서 있었다. 부드러운 강함을 지닌 송병구에게 '압도적' 인 모습이 보인 건 그 때가 처음이다.

어느 새 10연승을 거두는 동안 현재의 토스 원탑은 '송병구' 라는 말들이 나왔다. 경기는 압도적이었고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서글서글하게 성격 좋던 송병구는 없었다. 짜증도 낼 줄 알고 화도 내고, 당당하게 자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잘하는데 엄살을 부린다던 김택용의 말이 무색하게도. 독기를 품으니 원래 가지고 있던 승부욕은 투쟁심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다. 사실 이 정도의 투쟁심이란 스타 역대를 봐도 이제동의 눈빛 정도라고 생각될 수준이었다.

WCG 관련 글을 쓰고 댓글에서 송병구가 과도한 자기억제로 매몰되어 버릴까 걱정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징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 또한 올해 다이어트를 했었다. 첫 두 주간은 배가 등가죽에 붙는 고통이 있었다. 집에서 말이 별로 없는 편인데 동생한테 짜증을 내는 횟수가 잦아졌다. 매일 오후에는 물과 과일, 닭가슴살만 먹었다. 아침 저녁으로 뛰는 게 아까워서 그랬다. 맛이 없길래 농구를 보면서 먹었다. 사실 꽤나 독하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4개월 정도 였고 목표 수준에 도달하고는 미련없이 식이요법을 그만 뒀다. 그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지냈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있으니까.

송병구는 새벽 4시까지 연습을 하고 9시 반에 일어난다고 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하니 좋더란다. 23세가 되어 자기 관리를 하면서 독한 마음을 먹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송병구를 (가장 첫 손은 아니지만) 응원해 왔다. 솔직히 기특하다. 이 친구에게 이제동 반만큼의 독기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급격히 많은 것을 바꾸면 곤란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이겨낼 힘이 줄어든다. 변화에 모든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바쳐 변하고 있는데 갑자기 결과가 예상을 벗어나면 충격이 커진다. 좌절이 생기고 이겨내기 위해 더 매진하면서 사람은 여유가 없어진다. 나는 날카로운 턱선과 매끈한 복근의 송병구도 멋있지만 준우승 4번하고도 씩 웃으며 다시 결승을 오르는 송병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10연승 이후 연승에 욕심이 난다던 뱅은 MSL에서 진영화에게 연승이 끊겼다. 유리한 경기를 패했던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헤드셋을 강하게 벗어 던지고 나가는 모습이다. 벌써 송병구 답지가 않구나. 

패자전에서 고인규를 만났다. 자신있는 테란전인데 지게 생겼다. 짜증이 났는지 상당히 불량한 자세로 게임을 마무리 한다. 2연패.

상대전적에서 13 : 4 로 앞서는 염보성을 만났다. 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역시나 패배가 다가오니 손을 놓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아는 송병구는 이렇게 답답한 GG 타이밍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10승 후 3패가 찍힌다. 

마지막을 쥐어 짜내서 에결에 나온다. 저그 고석현. 요즘 토스는 저그에게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극복 중이다. 중심에 송병구가 있다. 좋은 초반 분위기 물흐르듯 흘러가는 듯한 운영, 그런데 고석현의 죽자사자식 올인에 송병구의 운영은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약간은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지나쳐가면서 토스가 이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제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한 송병구가 허무하게 중얼거린다. 욕이었던 것도 같은데 뭐 잘 모르겠다. 그러고나서 GG를 친다. 뱅의 눈으로 손이 간다. 분명히 눈물이 났다.

택뱅리쌍의 송병구다. 지금껏 해온 만큼으로도 충분히 위대하고 잘하고 무서운 선수다. 마인드의 변화는 괄목할 만한 일이지만 자신의 중심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충분한 조율과 함께 이룰 수 있는 일일 게다. 아직 순진한 송병구라서 그 조절의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 자신의 과거가 고쳐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그런 송병구가 좋아서 응원해왔다. 보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자신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 성장의 과정으로 지금의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해 보았음 좋겠다.

과거에도 게임이 재밌으면 연습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던 송병구에게 묻는다. 그대는 지금도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4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 건지. 어쩌면 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10번을 이겼으니 4번을 져도 승률이 70%가 넘는다. 여전히 굉장하다. 하지만 이번 연패 속 에서 송병구는 또 한 번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송병구가 당대 최고, 소위 말하는 원탑은 아닐 지라도 최고의 그룹에 가장 오래 머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야구의 양준혁같은 타입의 선수라고 말이다. 이영호에게 재기발랄함이 있다면 김택용은 재능과 더불어 쿨함을 가졌다. 이제동이 역대 최고의 독기를 갖춘, 멘탈의 교과서라면 송병구는 즐기는 자의 여유를 지닌 게임 이해의 마스터이다. 간절히 뱅이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모두가 그의 노력에 감탄한 이후다. 좀 더 여유있게 자신의 웃음을 찾아가도 정말 좋을 것 같다.

  


 


덧글

  • 울프우드 2009/11/30 22:58 # 답글

    아..송병구 선수 오늘도 패한 모양이네요....

    4연패라.....연패가 길어지네요.....

    송병구의 경기는 안정감이 느껴져서 간혹 볼때 편안하게 보는 편인데.....슬럼프가 온 모양입니다.....

    저도 우쓰우쓰님과 마찬가지로 송병구가 오래 상위권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우쓰우쓰 2009/12/01 10:02 #

    병구 선수가 슬럼프라고 단정짓기도 뭐한 것이, 금요일까지 10연승을 찍고 토요일 2패 그리고 어제 2패를 몰아서 했습니다. 실로 급격한 추락이죠. 그 과정에서 송병구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이길 때는 덤덤 질 때는 엄청난 감정 표현이었습니다. 여유를 조금 잃을까봐 걱정이긴 한데 이 위기를 한 번 더 넘어설 수 있는 클래스라고 생각합니다. 울프우드님 말씀대로 송병구는 오래 롱런할 타입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네요^^
  • 파군성 2009/11/30 23:46 # 답글

    이영호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병구는 준우승 3번 하면서도 꾸준히 기운내서 올라오는 대인의 풍모를 보이는게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더 페이스를 천천히 잡아도 좋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병구는 여러번 우승의 빛나는 선수는 아니지만, 요새 스타판에서의 기둥 가까운 느낌이라서요...
    뭐랄까 "엄청난 빛은 나지 않지만(그래도 빛은 많이 나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거대한 바위?"

    지금처럼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 일비하는 모습도 병구를 좋아하니 새롭긴 한데, 좀 그걸 평소의 여유로움과 조화를 해줬으면...
    뭐 그래도 OSL에서 또 영호를 잡겠죠...(...영호팬으로선 ㅠㅠ)
  • 우쓰우쓰 2009/12/01 10:12 #

    이영호 팬의 엄살로 받아들여도 될까요-ㅎㅎ 요즘 영호 선수보면 상대가 송병구라 해도 징징하기 힘들수준이라...

    프로리그 끝나고 인터뷰에서 '이영호를 이기려는 상대 선수에게 한말씀' 하라고 하니 이 친구가 "그 분에게 천운이 따르지 않는 한" 이라고 말하더군요. 물건은 물건입니다^^ 영호 칭찬은 이쯤하고.

    스타리그에서의 경기가 송병구의 분수령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멋지게 이겨서 제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패배한다면 상실감이 커질 수도 있겠죠. 다행히 스타리그는 한 번 진다고 해서 탈락은 아니긴 합니다. 병구 선수를 바위에 비유해 주신 건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ㅇㅇ 2009/12/01 03:32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 우쓰우쓰 2009/12/01 10:12 #

    부족한 글인데 감사합니다.
  • ROKZealoT 2009/12/01 09:31 # 답글

    송병구,

    아직까지 제가 e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몇 안되는 요인들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까짓 4연패입니다. Wo...따위의 게임에 빠져서 몇개월을 허비한 경험이 있는 본인이고 콩라인의 오명까지 썼었던 그이니,

    이정도쯤은..가뿐히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 우쓰우쓰 2009/12/01 10:14 #

    그렇죠, 그간 송병구가 이겨냈던 시련들을 생각하면 우습긴한데 이번엔 본질적인 문제가 생길까 우려되어서 글을 썼네요. 송병구는 무결점을 향해 나아가는 타입인데 실제로 사람이 무결점일 수는 없겠죠. 따라서 항상 고민하고 발전하는 캐릭터가 송병구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든 면에서 너무 '완벽' 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숨 한 번 고르고 다시 잘못을 수정해나가는 공룡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 나야꼴통 2009/12/01 11:11 # 답글

    아직은 모르죠...
    이제 4연패 라도 몇일 사이에 몰아친 4연패 인지라... 어떻게 되는가 는..
    앞으로 볼 기간이 많으니 천천히 결과를 지켜봐야 할듯 합니다.

    프로게이머 들 의 슬럼프 가 짧은 이가 있는 반면 장기간 인 선수도 있으니, 그 부분은 천천히 꾸준히 지켜봐야 겠지요

    전.. 아직도 박용욱의 악마스러움이 좋기때문에 ^^;;
  • 우쓰우쓰 2009/12/02 11:07 #

    사실 슬럼프라 표현하기는 뭐한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우려가 되는 것 같네요. 갑자기 핀트가 어긋나면서 총체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어서요. 뜬금없지만 요즘 박재혁을 보면서 멘탈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송병구 선수는 멘탈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롱런하기에는 좋은 타입이었는데 단시간에 많은 변화를 추구하다가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구요.
  • 수액 2009/12/01 13:07 # 답글

    아 어제 2연패를 했네요. 살빠지면서 독기까지도 보이던 모습이라 (가끔 제동이 생각도 나게 하는) 담아두지 않고 있으면 곧 좋아질 클래스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멘탈이라는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택용이도 참 그 놈의 멘탈이 ㅠ.ㅠ
  • 우쓰우쓰 2009/12/02 11:10 #

    경기는 못봤는데 택은 어제 김학수(?)에게 졌더군요. 지난 시즌 조재걸에게 패한 것과 매우 유사하지 않나요. 그 이후로 승승장구 했습니다. 그런 아스트랄함이 택의 매력이고 또 한편으로는 가끔씩 꺾여줌으로써 계속 자신을 담금질 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지는 면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택은 패배를 아파하되 크게 담아두지는 않는 쿨함을 가졌죠. 이 부분은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ㅎㅎ

    사실 택이나 뱅이나 꼼이나 멘탈(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 이제동이라는 점이 비극이라면 비극이죠. 개인적으로는 역대 어떤 게이머도 동의 마인드를 가지진 못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Hadrianius 2009/12/01 19:14 # 답글

    2연패가 순식간에 4연패가 되는군요.

    이영호도 그렇고 아무리 천재라도 원맨이면 파악당하고 분석당하고 도저히 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동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택은 저런거 언제좀 ㅠㅠ
  • 우쓰우쓰 2009/12/02 11:12 #

    10연승후 4연패. 오늘 꼼딩과의 스타리그가 정말정말 중요하다고 봄. 오늘 송병구가 이영호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글은 내려도 무방할 것 같은데.ㅎㅎ

    제동이는 굉장하고 택도 '어떤 의미로는' 굉장하지 않나ㅋㅋ 택뱅리쌍은 색이 뚜렷해서 보기 좋음. 물론 경기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긴 하지만.
  • 파군성 2009/12/02 21:05 # 답글

    글 내리셔도 좋겠네요...
    완전히 심리전 포함해서 영호 농락하는거보니 예상대로 가는구나 싶으면서도 참...
    역시 영호가 기대해야하는건 결승전 디버프인데...
    ...이젠 병구는 콩라인이 아니잖아? 안될꺼야... ㅠㅠ
  • 우쓰우쓰 2009/12/03 09:48 #

    정말 글 내려도 좋을 정도네요. 일이 있어서 결과는 모르고 재방으로 봤는데 정말 굉장한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분석글도 쓰고 싶지만 귀차니즘으로 패스하구요. 이영호가 상대였기 때문에 더 빛이 난 경기였네요. 끝나고 영호가 지은 웃음은 아 심리전에 말렸네~ 라는 의미였던 것 같구요. '가스러시-파일런위치-트리플-캐리어-우회타격' 까지 아주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를 보니 제가 송병구를 과소평가했다는 느낌이 크네요. 이 글은 망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군요.

    이영호 선수 어차피 남은 경기 이길테니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바랍니다^^
  • 찌질이 2009/12/03 01:18 # 답글

    송병구 오늘 완벽한 경기...
  • 우쓰우쓰 2009/12/03 09:48 #

    네, 정말 그 한 마디로 모두 설명이 되는 경기였어요-
  • IvyLeague 2009/12/04 21:49 # 답글

    음? 포모스매칼에 같은 제목의 글이 있어서 동일인가 싶었답니다. 그래도 요즘 가장 잘나가는 이영호를 잡았으니 기대를 해봅니다
  • 우쓰우쓰 2009/12/08 10:51 #

    넵. 쵱의 왼손이 바로 저랍니다.ㅎㅎ 이영호 잡은 건 정말 대단했죠. 저도 스타리그의 송병구 기대합니다. 저그는 영호가 다 잡아주겠지만 문제는 제동이가 될 듯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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