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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天才)의 눈물에 바침. 텨블넥X지


[Red]NaDa의 글을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연성의 팬은 이윤열을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다. 어쨌든 최연성은 항상 이윤열이라는 과거의 최강을 무너뜨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이윤열이라는 게이머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때 역시 센게임배 결승전이었던 것 같다. 인구에 회자되는 그 결승전은 본좌의 무게추가 천재, 토네이도 나다로 부터 괴물 우브에게로 옮겨가는 권력 이양식과도 같았다. 그렇게 큰 무대에서 단 한끗차이로 패배했던 과거의 본좌는 눈물을 흘렸다.

당시에도 이미 과거가 더 화려했던 이윤열이었다. 유일한 그랜드 슬래머이자 프리미어 리그 15연승의 신화, '앞마당 먹은 이윤열' 에겐 뭘해도 안된다는 시대를 앞서간 게이머. 나는 닥치는대로 찍어 누르던 최초의 게이머를 이윤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달려있는 배지만큼이나 훌륭하고 화려한 그의 커리어는 충분히 느끼고 있을지언정, 그에게 감정까지 이입되어 본 적은 없었다. 팬이 아니었다는 허접한 변명만이 그러한 나를 초라하게 포장할 뿐이었다.

그러던 이윤열이 센게임배 결승전에서 눈물을 뿌리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만큼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바로 '도전' 이었다. 그래. 우리가 '챌린지' 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 그래서 조금은 무서웠다. 나와 동갑내기인 이 친구는 그냥 단순한 천재가 아니라고,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 응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최연성이 졌더라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이윤열을 바라보지는 못했을 거다. 인정한다.

이상한 일이었다. 시대의 정점을 찍었던 이윤열이라는 게이머는 그 정점을 놓고 내려와서도 여전히 꼭대기를 향해 도전했다. 필자가 '나다의 마법' 이라고 부르는 그의 놀라운 모습이 그러했다. 강민과 경쟁하고 최연성과 치고받고 박태민을 찌르고 박성준을 눌렀다. 그리고는 오영종과 마재윤에 이르기까지 이윤열이라는 시대의 재능을 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나다만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최고의 자리에서 경쟁했다. 그 때는 단순히 그가 '천재'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다시 도전하겠다는 나다의 눈물은 그렇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응원을 이야기하며 골든마우스를 거머쥐었던 그의 짠했던 부활 이후 이윤열에게는 가혹한 시간만이 남았다. 절대본좌 마본좌의 독재에 함께 대항했지만 강민에게는 찬사가 쏟아질 때에도 이윤열은 '벼' 라며 까였다. 원치않았던 롱기-리템 콤보는 마재윤의 신격화와 함께 캐테란맵에서도 저그를 잡지 못한 이윤열에 대한 비아냥으로 돌아왔다. 이후 이윤열은 조금씩 무너져갔다. '벼닉스' 라고 불리우며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오던 살아있는 전설에게도 힘겨운, 그리고 역부족인 시간이 오는 것만 같았다.

그제서야 이윤열이 사람처럼 보였다. 박성균이라는 신예에 밀려 점점 기회가 줄어드는 모습과 메이저 대회에서 이제는 주목받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듀얼 방식의 최종전에서 패하지 않는 놀라움으로 나를 자극했다. 아직 나다의 마법은 살아있다고 누누히 증명해 보였는데도 스타판에서 이윤열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드물었다. 우리는 택뱅리쌍을 이야기하고 육룡을 씹어대며 임요환의 전역과 최연성의 복귀, 그리고 마재윤의 부활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가운데 스타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한 남자의 스토리는 빠져있었다.

스친소에서 어색한 '벼보트' 춤을 추고나서야 스덕들은 다시 이윤열을 바라본다. 처음 방송에 나와 앳되던 그 때처럼 어리버리하게도 머리를 자주 긁적거리지만 이제는 훨씬 멋있어졌고 어른스러워졌으며 든든한 스덕 지원군을 가진 스타플레이어가 되어 공중파에 나갔다. 별 같지도 않은 듣보잡 ㅄ들이 연예인이라고 깝치며 나다를 막 다루는 와중에도 예의 수줍은 미소를 띄고 앉아서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을 열심히 해냈다. 그래서 (물론 나도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너무나 고마웠다. 보란듯이 해내주어서 정말로 고마웠다.





어제는 그렇게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던 나의 고마운 영웅이자, 친구이자, 경이로운 무언가였던 남자가 또 한 번 울었다. 이제서야 나는 이윤열이라는 게이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다가 그동안 숱하게 보여주었던 수많은 감동들을 되새겨 보면 정말 미안한 일이다. 하염없이 울고 싶었겠지만 털고 일어나서 허영무를 찾아가 '수고했다' 고 말해주는 쿨한 선배의 모습도 잊지 않았다. 모두가 3-0을 예상한 별로 볼 것도 없는 매치를 최고 수준의 테플전 다전제로 바꾸어 놓은 당신의 의지도 함께 담아 보였다. 이긴 자와 그의 팬들까지 숙연하게 만들어 버리는 살아있는 레전드가 거기에 앉아있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윤열이 두 시즌 연속으로 시드를 받아 MSL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천재는 잘하고 있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서 지금 세상에서 테란전을 제일 잘하는 프로토스를 저렇게 수세로 몰아 넣을 수 있을 정도다.

꼭대기를 정복하지 못했을 때,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정상에 올랐을 때 이윤열은 그의 뜨거운 눈물을 뿌렸더랬다. 그런데 어제의 눈물은 무엇인가. 아직 중간밖에 가지 않았는데도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던 것일까.

나는 이윤열을, 천재를, [Red]NaDa를 믿는다. 그의 눈물이 회한과 체념의 눈물이 아닌 또 한 번의 도전과 그 도전으로 이루게 될, 그동안 숱하게 보여줬던 도약을 위한 눈물이라고 믿는다. 마음이 짠했지만 그래서 굳게 참았다. 대기석에서 이윤열에게 마이크가 쥐어졌다면 필시 이렇게 말했으리라.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덧글

  • 스텔 2009/03/06 16:31 # 답글

    아직도 현재진행형.
  • 우쓰우쓰 2009/03/09 11:51 #

    그러고보면 이윤열이 멈춘날이 과연 있었나 싶네요.
  • 파군성 2009/03/06 18:13 # 답글

    본좌라인에서 제일 안정적이고 탄탄하고 꾸준히 팀을 '게임에서' 먹여 살렸던건 역시 윤열이죠 ㅠ_ㅠ)

    다른 게이머들은 밑에도 갔다가 바닥을 기다가 올라갔다가 하다가 결국 침체기에 들어가 있는데
    여태까지 꾸준히 살아남는 이윤열을 보면 저게 진짜 노력하는 모습에...

    스타판을 불린건 다른 사람일지 몰라도 스타판에서 드라마로 찍기 제일 적합한건 윤열이 같습니다 ㅠㅠ
  • 우쓰우쓰 2009/03/09 11:52 #

    그렇죠 괜히 커리어 본좌가 아닌지라... 아직도 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죠. 동시대의 수많은 게이머들이 사그라드는 와중에도 제 자리를 지킨다는 건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네요.
  • Lucypel 2009/03/07 01:24 # 답글

    이윤열, 믿고 있습니다. 테란팬으로서 이윤열을 놓을 수는 없더라구요. 목요일 경기도 마지막 경기만 재방으로 봤는데, 끝까지 이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더라구요. :)
  • 우쓰우쓰 2009/03/09 11:53 #

    루시펠님 처럼 테란빠라면 이윤열이죠^^ 저는 라이브로 봤는데 정말 단호하달까 그런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본좌의 포스란.
  • 크로넬 2009/03/07 02:49 # 답글

    제가 스타를 보기 시작한게 이윤열의 집권이 끝나갈 때쯤, 팀리그가 최연성을 잡아라, 가 되어가고 있을 때쯤이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윤열은 정말, 임요환과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선수 같습니다.
    허영무전 1경기가 끝나고 꿈을 꿨는데, 현실은 꿈과 다르더군요.
    화룡정점을 기대해 봅시다^^
  • 우쓰우쓰 2009/03/09 11:54 #

    그렇죠, 그래도 꿈을 현실로 거의 이뤄나갔다는 점에서 멋있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김명운이나 허영무나 과거의 본좌를 이기는 모습이 매우 덤덤해 보였습니다. 이제는 당연히 이겨줘야 하는 선수들이 되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아직 천재는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죠.
  • 이악물기 2009/04/01 03:16 # 답글

    링크
  • 우쓰우쓰 2009/04/01 13:16 #

    꾸횽인가요- 영광임^^
  • 찌질이 2009/04/06 00:08 # 답글

    임이최마중 에서 저는 이윤열은 최고로 보고 있습니다. 최강 커리어와 롱런 이 두가지 만으로도 확실히 최고의 선수임을 부정 하기 힘들죠.

    피지컬만 좋았어도 최연성도 정말 롱런 했을거라 생각 되네요. 센스 하나는 최강이였으니...
  • 우쓰우쓰 2009/04/06 17:28 #

    커리어 본좌에 지치질 않으니 최고는 이윤열이 맞죠. 저는 쵱의 광팬이지만 이윤열은 킹왕짱입니다. 인정할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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