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er Crossover

wooss2oov.egloos.com

포토로그



하루가 온전히 지나고 써보는 맨유 VS 첼시 뒷풀이. 공놀이

0.

백수 시절이 아니었던 적이 어디있었느냐마는 그래도 아무 생각 없던 백수 시절에는 이런 생활을 했습니다.

오전 10시 기상 NBA 시청.(밥도 컴 앞에서 먹음)
오후 2시 씻고 휴식 후 키보드 워리어로 돌변 - 매냐에서는 매너 있는 댓글을 달며 자신을 기만.(ㅋㅋ)
오후 4시-6시 낮잠.
오후 6시 스타리그던 프로리그던 엠에셀이던 닥치는대로 시청. 동시 화면 이용. 그래도 놓친 경기는 재방 사수.
오후 9시 저녁식사 이후 11시까지 책보면 다행, 티비나 나중에 볼 미드 다운 받음.
오후 11시 EPL의 향연 오전3시까지.
오전 3시부터 받아 놓은 미드나 애니메이션을, 혹은 최연성의 우승 시즌 경기를 보다가 6시쯤 취침.

넵 - 미친듯이 EPL을 보던 시절도 있었단 말이죠.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합니다. 너무 졸리더라구요. 양심의 문제도 있고.

지송형에게는 지송하지만 당시 저의 페이보릿은 첼시였습니다. 혹자는 첼시의 기계적인 수비 축구가 싫다고 말했지만 저에게 유기체 itself인 첼시의 축구는 이상 그 자체였고 지구상에서 가장 냉정한 축구를 하는 팀의 감독이 또 가장 열정적인 가슴을 지닌 무링요라는 아이러니한 사실도 그들의 축구에 열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첼시를 좀 더 변호하자면 첼시가 정적으로 변할 때는 무링요가 승리를 마음속으로 확정했을 때 였습니다. 0-0 상황이나 한 골 뒤지고 있을 때의 첼시는 당시의 아스날 만큼이나 다이나믹했습니다. 그 시점에 세계 최고의 클럽은 어디냐고 물을 때 저의 대답은 항상 준비되어 있었죠. "<똥줄 탈 때의 첼시> 보다 강한 팀은 없다."

그랜트는 ㅄ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콜라리와 그가 데려온 뉴 페이스에 관해서는 관심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무링요가 떠나던 시점에 저도 첼시를 떠났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네요. 그래도 그 때 미친듯이 첼시 경기를 봐왔기 때문에 첼시의 삽질 위주로 리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1.

응원 없이 봤습니다만 1g이상은 맨유로 기울 수 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 박지성이 선발로 출장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죠. 어디 망나니따위와 라이벌이니 뭐니;;

근데 초반 10분간 첼시의 러쉬가 엄청납니다. 데코는 창의적이면서 정확했고 람반장은 활발하고 정확했으며 발락도 '이 때는' 강하고 정확했죠. 문제는 중원의 눈에띄는 우세가 1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경기의 드록신은 아쉬웠죠. 드록신 이전의 인간 본좌 드록바에 불과했습니다.

조콜에게 미들과 윙을 오가는 프리롤을 준 것까지는 좋은데 1선에서 드록바의 터치가 계속 버벅대다 보니 람반장이 반 보 정도 올라가서 플레이를 했고 이 때 애쉴리 콜도 유로2004 포스를 잠깐 보이면서 첼시가 맨유를 밀었습니다. 비디치와 에반스의 클리어링이 없었더라면 훨씬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텐데 다행스럽게도 윙 공격이 없는 첼시는 막기가 좀 수월하더군요.

여기에 참다 못한 루니와 박지성이 미들라인까지 내려와서 수비를 압박하였습니다. 자잘한 컷은 박지성이 해주고 피지컬한 상황은 루니가 네빌 뒤쪽까지가서 짐승처럼 꼴아박으니 첼시는 급격하게 밸런스를 잃었구요. 이렇게 피지컬한 싸움이 일어났을 때 그 용량을 채워줄 수 있는 에시앙의 부재는 너무 컸습니다. 스페인의 3미들 뒤에는 마르코스 세나가 있었다는 걸 상기할 때 발락이 사이드로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꾼 선수가 에시앙이 아니고 미켈이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전술적 구멍이죠.

차라리 미켈을 올리고 데코를 내려서 4-3-3으로 갔어야 합니다. 첼시는 원래 정규 시즌에선 4-3-3 한단 말여.


2.

이 날 나의 드록신은 없었고 발락은 무려 '드로잉' 전담이 었으며 오비 미켈은 싸가지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자신은 닼템플레쳐보다 더욱 클로킹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데코는 운동량이 바닥이었고 그나마 람파드가 보였던 첼시였지만 그마저도 오늘따라 건실했던 플레쳐 덕분에 전진 속도를 늦출 수 있었죠.

후반에 아넬카가 나왔는데 얘는 그냥 드록바랑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예 맞습니다 맞고요-


3.

첼시의 윙어 없는 포메이션이 위력적인 경우는 조 콜이 1.5선에서 프리롤로 깝치고 그 공간을 보싱와와 콜이 침투하면서 윙 공격이 이루어질 때 입니다. 콜은 아직도 양민 학살자 정도는 되고 보싱와는 가끔 30분 마이콘이 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는 안봐서 모르겠습니다. (캬캬캬)

쨌든 이 경기에서 이 윙쪽 공격이 전무했던 건 팔할이 박지성이다(응?) , 아니 이게 아니고 어느쪽을 가도 이들이 공간을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박지성과 크날도는 초반 스페이싱을 바꿔서 스위치를 통해 확실한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크날도가 에브라쪽으로 가서 무한 공격을 퍼부어 그쪽 윙백을 아사 상태로 만드는 것이죠. 그럼 그쪽에 있던 보싱와든 콜이든 간에 반대로 넘어와서 왠지 만만해 보이는 박지성을 공략하려고 하는데 머저리들아 니들이 박지성 아래다 이제.

폼이 돌아온 네빌과 박지성 콤보는 한 명의 레벨로는 솔직히 맞상대가 힘들고 발락과 미켈이 먹튀 모드인 상태에서 윙백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걸 보니까 정말 마이콘이 오면 어떻게 될 지 기대가 되네요. 빨리 챔스 고고싱~~


4.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나니 돌아오는 건 크날도와 에브라의 은하철도 999 크로스였죠. 결국 이 장면에서 골이 터지면서 맨유는 3-0 완승을 거둡니다. 사실 후반이야 워낙에 압도적인 경기였기 때문에 별반 코멘트는 필요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것은 맨유의 폼이었어요. 특히 긱스와 박지성의 모습은 정말 엄청났는데 긱스가 '정적인 곡선' 이라면 박지성은 '동적인 직선' 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터치로 수비수들을 개발라먹는 긱스의 발놀림, 호크 아이급 시야 + 박지성의 직선적인 공간 침투, 템포 조절을 모르는 볼터치가 가미 되니 루니 벨바톱 크날도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공을 가지고 플레이 할 수 있었죠.

확실히 올해 크날도는 개실망이긴 한데 그래도 킥력이 정점에 달해 있는지라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어 내는 에이스의 풍모는 갖추고 있습니다. 근데 오늘 보니 펠레한테 상을 받던데 '이대로 레알가고 몰락 ㄳ' 라는 저주의 씨앗이 될까 무섭네요. 그니깐 임마 밤일 좀 자제-


5.

수세에 몰렸던 전반이었지만 막판에 선제골을 넣은 장면에서 솔직히 승부는 결정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골이 날두의 골장면이 무효로 판정 받고 잔뜩 흥분도가 올라있던 바로 같은 공격에서 이루어졌거든요. 이 경우에는 쾌감이 장난아니죠.

"이래도 노골이냐?!" 라고 되묻는 듯한 루니의 표정이 기억에 남네요. 보스턴 전에서 하프라인 3점이 무효로 판정받고 이어진 벤 월라스의 자유투가 클린으로 들어가자 환호하며 엄청난 파워로 빅벤과 하이파이브를 하던 르브론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이처럼 맨유는 강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경기에서의 집중력 또한 완벽에 가까웠구요. (크날도 무개념 욕심 때문에 90점) 반면에 첼시는 투지와 실력과 전술과 열정이 모두 밀린 것 같아 씁쓸했는데 뭔가 이쁘게 축구를 하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경기를 펼친 느낌입니다. 여긴 EPL이라고 -


+.

트래포드에 무링요가 왔었습니다. 그는 첼시의 승리를 바란다며 자리에 앉았고 지금은 세리에를 호령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에 자신이 일구어 놓은 팀과 선수들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진, 아니 많은 것을 잃어버린 첼시의 모습을 보고 무링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여전히 까칠한 표정에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을 지닌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무링요가 많이 그리웠던 한 판 이었습니다.

이로써 올해 EPL은 다시 요동치지 시작했고 날두만 정신차리면 맨유가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나 어제 경기에서 퍼디난드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경기가 끝난지 한참이 지나고 있더군요.

(당연하게도) 좋은 경기를 보여준 박지성 선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덧글

  • 바른손 2009/01/13 17:01 # 답글

    매우 생생한 감상평 잘 봤습니다.필력이 절륜하십니다.곳곳에 센스까지 :)

    마이콘 마이콘 하는데, 대체 어떤 선수인지 찾아보게 되더군요.(물론 하이라이트만)
    챔스맨유전에 풀로 봐드려야겠습니다.

    저도 무링요 참 좋아합니다.왠지 가슴이 따뜻해 보이는 이미지와 냉철한 이성의 조화랄까요(딸 손잡고 무등태워 학교보내는 사진 인상적이었어요)

    맨유가 어찌보면 늘 피지컬 되는 수미가 아쉬운거 같은데, 어찌어찌 캐릭이나 플레쳐나 하그리브스로 잘 넘어가는것 같네요.

  • 우쓰우쓰 2009/01/13 17:48 #

    우오 칭찬에 몸둘바를-:)

    마이콘은 현시점에서 최정점에 있는 윙백이죠. 최정상급 윙어가 수비를 완벽하게 해내고 피지컬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조금 신격화 되어있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놀라운 것은 변하지 않구요.

    무링요는 언젠가 EPL을 다시 호령했으면 좋겠습니다. 맨시티오면 진짜 빅5만들지도 모르죠. 게다가 말씀하신대로 인간적인 면도 풍부하기 때문에 감독으로는 최고인 듯 싶어요.

    맨유의 피지컬한 수미 문제는 하그리브스로 일단 해결한 듯 보였는데 급부상으로 시즌 아웃이라는 게 문제 네요. 아무래도 플레쳐는 주전으로는 많이 부족한 선수고 캐릭도 운동량에 비해 거친맛은 없는 지라 더더욱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에시앙이 있었다면 분명히 수세적인 모습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보구요. 리그는 그렇다치고 챔스에서 인테르를 만났을 때, 캄비아소에게 털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뭐, 퍼기가 이걸 잘 해결하는게 관건이 될 것 같네요-
  • Lucypel 2009/01/13 22:38 # 답글

    인테르에서 캄비아소를 만난다면 3미들로 갈 수도 있겠죠. 안데르송과 플레쳐를 투입해서 다이나믹함과 활동량을 보충하면서 캐릭이나 스콜스가 패스로 조율하고 최전방 톱을 하나만 두면서 측면을 휘둘러야겠죠. 무링요의 4-3-3이 무섭기는 하지만 조 콜이나 더프, 로벤과 같은 윙어가 없는 인테르라면 측면이 힘들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제 짧은 생각은 하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웃음)

    그나저나 무링요, 진짜 퍼기 경 은퇴하면 유나이티드로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산) 디렉터 퍼거슨과 감독 무링요라면 진짜 촘 무서울 듯. (...)
  • 우쓰우쓰 2009/01/19 10:12 #

    문제는 무링요가 첼시에서의 완벽한 4-3-3으로도 챔스를 먹지 못했더라는 것이죠. 이후로 4-4-2를 혼용한 체제를 고집하는데 아무래도 챔스에선 이게 먹힌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캄보가 2선의 뒤쪽에 포진하면 크날도의 반경은 분명 좁아질 수 밖에는 없구요.

    키는 루니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인테르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네요.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