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er Cross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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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 텨블넥X지

 
부스에서 부터 눈물이 났다. 그냥 눈물이 났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서 쉽게 부스를 나오지 못했다. 소극적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그 때와 똑같았다.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한 시간만에 어린 괴물에게 무너졌던 무딘 공룡의 모습과 똑같았다.

다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고개도 들고 있었다. 파란색의 모두가 일어났다. 박카스 때는 혀를 끌끌 차며, 혹은 같이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섰던 수많은 팬들이 오늘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송병구의 광팬이라던 한 30대 아저씨는 주훈 해설의 도움으로 겨우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리고는 세 시간이나 서서 관람하셨겠지. 준우승을 하던 숱한 대회에 이런 팬들이 없었을까.



절치부심. 절차탁마.

송병구의 세계는 저런 곳이다. 나의 단점을 고쳐나가야만, 나의 부족함을 메워 무결점이 되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세계의 프로토스다. 



사실은 언제나 가장 잘하는 사람이, 가장 실수가 없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지치되 쓰러지지 않는 자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stork은 각종 6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그 모든 준우승이 최근 1-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 정도의 성과는 과거의 마재윤에 비견할만 한데도 송병구는 정점을 찍지 못했다. 그의 시야는 너무 좁아서 자기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스타는 '상대방을 이겨야만 하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병구는 그토록 지지 않았다. 그의 수준이, 그의 경지가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혹자는 송병구가 다전제의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하지만 나는 송병구의 본질은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도재욱과의 4강, 그리고 정명훈과의 결승에서도 모두 그러하다.

송병구는 참 순하게 생긴 게이머였다. 2004년의 그 때 대기실에서도 쩔쩔매던 그의 모습이 생생하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그 순한 표정은 여전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 는 많이 달라졌다. 아홉번(!)의 스타리그 도전만에 송병구는 자신만을 바라보고도 우승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여지껏 내가 봤던 어떤 우승자도 그렇지 못했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직은 송병구와 같은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시간이 흘러서 또 한 번의 타이틀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이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리그가 시작한 이후 이토록 올곧게 정점으로 올라간 공룡같은 선수가 또 누가 있겠는가. (어쩌면 김준영)

...................


부스에서 부터 눈물이 났다. 그냥 눈물이 났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서 쉽게 부스를 나오지 못했다. 소극적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그 때와 똑같았다.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한 시간만에 어린 괴물에게 무너졌던 무딘 공룡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누군가를 따라 나도 눈물이 났다. 송병구처럼 내 눈에서도 그냥 눈물이 나서 참을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응.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 우승. 삼성전자 칸 프로토스 송병구. 올해로 스물하나.
 

덧글

  • Hadrianius 2008/11/01 21:35 # 답글

    드디어 승천하는군요. 첫 벽을 깬 이상 이후에는 어디까지 갈지 기대됩니다.
  • 우쓰우쓰 2008/11/01 21:38 #

    승천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그냥 인간승리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요새 정말 원톱이긴 합니다-ㅎㄷㄷ

    P.S - 현수도 배워야 된다. 병구랑 너랑 동갑이다 임마.
  • Lucypel 2008/11/01 23:43 # 답글

    그래도 저는 정말 싫습니다. 하필이면 김택용-도재욱-정명훈 꺾고 우승이란 말입니까. 그 좋은 기회 많이 버려두고. 정말 싫어졌습니다 송병구.

    게다가 저는 그렇게 무딘 사람 싫어요. (쳇) 사람이 더 재기발랄하고 총기가 있어야지, 무던하기만 하면 그냥 그걸로 끝입니다.
  • 우쓰우쓰 2008/11/02 01:01 #

    크으- 여기서 루시펠님과 저의 차이가;; 선수를 개별로 좋아하는 저와는 달리 티원을 사랑하시는 분이라... 저는 솔직히 택용이 이겼을 때가 좀 많이 미웠고 도재욱 꺾였을 때는 씁쓸했는데 결승은 오히려 홀가분하네요. 아무래도 정명훈 선수는 아직 애정이....(미안타)

    병구처럼 무디고 우직하고 둥글둥글한 사람도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훨씬 기억에 남는 결승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엔 이렇게 '우승하기 힘들 성격으로 우승한' 선수는 박정석-조용호 이후 세번째네요.

    무던하기만 하면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닌 걸 보니 제가 송병구를 잘못 봤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승자에겐 축하를^^
  • 뱅구빠 2008/11/02 04:1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스포츠밸리를 돌다가 송병구. 라는 제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클릭했어요. 05챌린지 리그 결승에서 이재훈 선수를 맞아 싸우던(패스트 캐리어로 허를 찔렀던 경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ㅜㅜ) 그 경기 이후로 팬이 되었습니다. 항상 순하게 웃는 얼굴이 마냥 어린 남동생 같아서 더욱 여러번의 준우승이 안타까웠던 녀석인데 드디어 우승을 거머쥐네요 ㅜ.ㅜ 하필 또 두번째로 좋아하는 선수가 김준영이라 더욱 이 글이 애틋하게 읽혀지네요. 5세트에 보는이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긴장했다가 부스 문을 열고나온 송병구 선수의 눈을 보고 같이 울컥했어요 ㅎㅎ 앞으로도 화이팅! ^^ 글 잘 읽고 갑니다 ^^!
  • 우쓰우쓰 2008/11/03 00:56 #

    리플 감사해요 - 뱅구빠분들 많이 찾아오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택뱅의 시대에 택을 응원한 저는 항상 안도했었습니다. 뱅구를 응원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래도 내심 저그를 압살하고 테란을 압도하며 토스 시대를 양분했던 뱅이 이제동이나 이영호 잡고 우승하길 바랬는데, 어쨌든 늦었지만 (특히 티원 다잡고 우승한거ㅠㅜ) 우승 자체는 정말 멋진 결과 입니다.

    소감 때 부모님께 맨날 준우승만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부모님 사랑한다고 외치는 송병구를 보면서 저런 순딩이에게 승부의 나선을 강요했던 제가 미안하기까지 했네요. 축하드립니다^^
  • 수액 2008/11/02 19:37 # 답글

    임요환 광빠라서 왠지 모르게 느낌이 비슷한 정명훈 선수를 응원했었는데.
    요새 송병구 선수는 왠지 절대 안 질거 같은 느낌이더니만 결국 우승했네요.
    그동안의 한을 풀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
  • 우쓰우쓰 2008/11/03 01:00 #

    역시 대부분 [임]빠 분들는 최연성에서 정명훈으로 애정을 보내주시더라구요.ㅎ 허나 명훈이 정면샷은 그분의 포스에 반도 못따라가죠. 사실 연생이의 황태자라고는 하지만 저는 크게 응원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뭔가 확실한 경기력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에 좋은 경험했으니 앞으로 티원의 기둥이 되어 잘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박성균을 보는 듯한 마인드가 맘에 드는 선수네요.

    병구는 정말... 한을 풀었죠. 홍진호가 병구는 우승해서 콩라인 좀 탈피했음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대로 됐네요^^
  • 스토리텔러 2008/11/03 11:47 # 답글

    드디어 콩라인 탈퇴......
    정명훈은 프로리그를 볼 때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고.

    여튼 어찌됐든,
    콩라인 탈퇴만으로도 엄청난 의미가...

    뱅구 우승 축하축하 +_+
  • 우쓰우쓰 2008/11/06 09:16 #

    명훈이는 현시점에선 확실히 좀 거품끼가 있지만 아직 발전 중이라는 거, 그리고 마인드 보면 더 클 놈 같기는 한데 이영호처럼은 좀 힘들지 않나 싶네요. 성규리보단 쫌 더 커서 영호를 위협하길^^;;
  • 찌질이 2009/04/06 00:13 # 답글

    송병구가 우승만 많이 했어도 본좌라인에 이제동과 김택용 보다 가까웠을 선수죠. WCG 우승 준우승에 , 개인리그 1 우승 , 3준우승 에 한때 프로리그 에서도 승률 70% 때 꾸준히 찍었죠. 그게 작년 개인리그 우승 할떄 까지였죠. 그만큼 송병구도 참 꾸준히 하던 선수 인데 우승 타이틀이 무족 했다는게,,,

    그리고 지금이라도 잘해줬으면 좋았는데 요즘 페이스가 별로라서 본좌론에선 조금 멀어진 선수.

    참고로 전 송핑계 광빠...
  • 찌질이 2009/04/06 00:13 #

    무족 -> 부족
  • 우쓰우쓰 2009/04/06 17:30 #

    그렇죠. 정점을 제대로 못찍은 게 한이랄까.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송병구의 사이즈였다고 생각합니다. 결승에서 택리쌍에게 모두 한번씩 무너졌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죠. 그와는 별개로 저 시절의 송병구는 '실력' 만큼은 본좌였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선수고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팬인 걸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 곰언니 2009/09/11 19:42 # 삭제 답글

    [임]빠이면서 뱅빠 여기 있어요~~~ 맨날 16강에서 탈락하던 시절부터 눈여겨 봤는데 정말 실력도 외모도(!!) 날로 업그레이드 되는게 기특한 면이 있어요. 순하면서도 타선수에 의해 자존심이 상했을 때는 한번 꺾어줄 줄도 아는 싸나이로서의 면모..... 어쨌든 병구선수는 매력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되요. 은퇴안하고 27살까지 선수생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우쓰우쓰 2009/09/16 09:36 #

    순하면서도 타선수에 의해 자존심이 상했을 때는 한번 꺾어줄 줄도 아는 싸나이로서의 면모.....(2)

    완전 공감합니다. 오히려 송병구라면 은퇴없이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주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적이라면 온라인 게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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